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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BIZ] "K스타트업, 라스베이거스를 뒤집어 놓으셨다"

[Tech & BIZ] "K스타트업, 라스베이거스를 뒤집어 놓으셨다"

2020.01.16

[한국 스타트업의 CES 분투기]
- 홍채 사진 한장으로 건강 검사, 콜레스테롤 수치·신체 나이 진단
- 신생아 상태 알려주는 고성능 센서… 기저귀에 붙이면 체온 확인 가능
- 전압이 다른 디지털 기기들 한번에 충전 가능한 기술 개발
- 높이 60㎝ 화장실서 고양이가 대소변 누자 폰에 "볼일 봤어요"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전시장인 유레카파크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데일리 피칭'(제품 홍보) 행사. 라이칸스로프의 명선휘 대표가 "전 세계 어떤 노트북, 스마트폰, 카메라, 드론, 드릴, 청소기도 저희 '프리(free) 전압 충전기' 하나만 꽂으면 모두 충전이 가능하다"고 발표하자, 해외 바이어(구매 담당자)들은 "전압이나 전류를 고려하면 6~7가지 이상 충전 방식에 모두 대응해야 하는데 진짜 가능하냐" "기존 충전기와 비교해 충전 속도는 어떤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라이칸스로프는 CES에서 전자제품마다 그에 맞는 전류를 흘려보내 충전하는 통합형 충전기를 공개해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노트북 전용 어댑터나 스마트폰 전용 충전기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한 종류의 어댑터만으로 모든 디지털 기기를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업체는 CES 행사 동안 일본 소니·캐논·롤랜드, 중국 인스타360·콩카 등 해외 업체들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주문 제안을 받았다. 명 대표는 "첫 CES 참가인 데다 제품 출시 전이라 해외에서 반응이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K(코리아) 스타트업'이 CES 2020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CES 2020에서 국내 스타트업 대부분은 6㎡(약 1.8평) 남짓한 좁은 전시 부스를 차렸지만, 남다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해외 업체의 러브콜을 받았다.

홍채로 건강 확인, 신생아 돌연사 막는 센서

CES 2020 참가 스타트업들의 최대 화두는 '디지털 헬스케어'였다. 스타트업인 홍복은 전시 기간 동안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홍채를 찍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 기기 '아이오클럭'의 체험 행사를 열었다. 홍채를 통해 건강과 장기의 상태를 알아내는 '홍채학'에 기반해 카메라로 촬영한 홍채를 분석, 건강 검사를 하는 방식이다. 나이·성별 등을 입력하고, 고성능 카메라를 왼쪽 눈에 밀착시켜 홍채를 촬영했다. 화면에는 홍채 사진과 함께 '실제 나이 36세, 신체 나이 39세, 콜레스테롤 높음, 간·신장 상태 주의'라는 결과문이 떴다.

의료기기 업체 창의테크는 신생아 상태를 실시간 확인하는 고성능 센서를 선보였다. 센서가 들어간 기저귀를 입힌 아기 인형을 좌우로 움직이자 센서와 연결된 태블릿 PC 화면에서도 인형의 아바타가 움직였다. 1분 이상 엎드린 상태로 있게 하자 질식 위험 경고 메시지가 떴다. 호흡 횟수와 체온도 수시로 확인 가능했다. 의료기기 업체 '휴이노'는 24시간 부정맥을 진단하는 가슴 패치를 개발했다. 이 업체는 최근 AI로 의사 대신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마쳤다. AI의 부정맥 진단 정확도는 98% 정도라고 했다.

골골송작곡가는 스마트 고양이 화장실 '라비봇2'를 공개했다. 고양이가 높이 60㎝의 화장실 안에 들어가 볼일을 보면 스마트폰 화면에 '나 볼일 봤어요'라는 문자메시지가 뜬다. 고양이의 체중과 대소변 횟수, 시간도 알려준다. 또 다른 스타트업 스마트사운드는 애완견의 심박수를 실시간 측정하는 스마트 밴드를 전시했다.

2018년에 창업된 비트센싱은 300m 전방의 4차로 내 차량 정보를 파악하는 레이더 기술을 공개했다. 빛을 이용한 라이다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만 레이더는 전파를 쓰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도 도로 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업체는 도요타·혼다 등 자동차 메이커들과 자율주행차 기술 제휴를 논의했다. 마이크로시스템즈는 자동차의 외부 카메라 렌즈에 전기장을 걸어, 빗물과 같은 물방울이 맺히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스타트업은 비 올 때 자율주행차의 라이다 센서에 물방울이 안 맺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전시관과 별도 공간에서 운영된 삼성전자 C랩 전시장도 관람객으로 붐볐다. C랩은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셀피타입은 스마트폰 '가상 키보드'를 공개했다. 책상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손으로 타자를 치는 동작을 하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손동작을 인식해 문자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타자를 쳐봤더니 처음엔 꽤 오타가 났지만, 곧 익숙해지고 큰 불편함이 없었다. 비컨은 탈모 예방 설루션을 선보였다.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한 두피 이미지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두피 각질, 민감도, 온도, 유분(油分) 등을 분석해 그에 맞는 관리 방법을 추천해준다.

"한국에는 삼성·LG 말고도 스타트업이 있다"

올해 한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200개 스타트업이 CES에 참가했고, 주관사인 CTA(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선정한 'CES 혁신상'을 받은 업체도 7개였다. 인공지능(AI)·모바일·클라우드·드론·보안 등 참가 기업들의 기술 분야도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CES 전시장에서 만난 한 미국 IT(정보기술)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는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기술력이 뛰어난 스타트업들을 여럿 알게 됐다"고 말했다.

늘어난 참가 규모만큼이나 CES에서 해외 업체와 계약 등 성과를 올린 스타트업도 많았다. 아이콘에이아이는 이번 CES에서 일본 소프트뱅크와 스마트 메이크업 거울에 대한 일본 시장 판권 매각 논의를 진행했고 다음 달 최종 계약을 할 예정이다. 이 스마트 거울은 아마존 AI 비서 알렉사를 탑재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준다. 컨테이너형 실내 수직 농장을 운영하는 '엔씽', AI 기반 재난 대피 시스템을 개발한 '코너스' 등도 CES 기간 동안 해외 업체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 기사 원본 링크 :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6/2020011600158.html